너무 아픈 사랑
-류근
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
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
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.
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.
라는 말 알아요? 그 유행가 가사
이제 믿기로 했어요.
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
여자여,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
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
다만 사랑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
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
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
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
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.
그 유행가 가사,
먼 전생이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.
<상처적 체질> 문학과 지성사, 201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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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은 사랑이 살아내는 것.
어떻더라도 그럭저럭 살아질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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