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신의 소설의 여자가 자기 앞으로 뚝 떨어진다.
빌리, 그녀는 톰의 완전한 창작물일까?
"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행복을 사랑한다는 것이기도 하다."
-프랑수아즈 사강
빌리, 그녀는 톰의 완전한 창작물일까?
"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행복을 사랑한다는 것이기도 하다."
-프랑수아즈 사강
책의 각 장마다 유명인(보통은 작가)의 글귀들이 써 있었다. 다들 좋은 말이었지만 이 말이 가슴에 와 닿더라. 내가 그러해서가 아니라 그러하고 싶어서였다. 누구든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람을 모두 알고 사랑할 수 없다.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을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원래 타자를 모두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기 때문이다. 사랑을 하면서 더 관심있게 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느끼고 학습하면서 사랑받는 사람의 행복이나 우울이 어디서 오는 지 알아가게 된다. 빌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. 톰이 빌리를 만들었고 사랑하게 된 것은 우연이겠지만(운명론을 믿는다면 필연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.) 톰이 그녀를 다 알고 있다는 그 점은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 누군가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과 다르지 않다. 그 사람을 묘사하면서 내 상상이 가미된다. 그럴 순 있지만 그 부분이 틀렸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틀렸다고 할 순 없다.
그런 점에서 톰이 출판 후에도 빌리를 사랑한 것은 매우 성숙한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. 그녀가 자신의 상상의 여자가 아니었다는 걸 알고는 실망했을 법도 하다. 오롤로(?)라는 여자와 연애할 때 그는 아주 자기 밖에 모르는 모지리로 나온다. 빌리와 지내면서 성숙해졌던 걸까? 그는 그 일을 잘 다뤄내고 종이여자를 출판한다(책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다뤘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는데).
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 속에서 그릴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그 삶 자체를 안아줘야 할 것이다.
사실, 책을 다 읽지 못했다. 빌리랑 톰이 팬사인회에서 재회하는 부분에 와서 마지막 장이 뜯겨 나가있었다. 흑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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